SEOUL · HAPJEONG

일요일에 한 번, 월요일에 한 번, 노아가 합정역 7번 출구에서 걸어간 절두산 순교성지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사적 「서울 양화나루와 잠두봉 유적」의 성당과 박물관, 주말 해설 순례, 그리고 일요일에는 닫혀 있는 묘원

망원한강공원에서 히나와 헤어진 다음 날, 노아는 합정역 7번 출구로 나왔다. 수첩에 그릴 생각이었던 두 곳 중 한 곳은,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 곳이었다.

가을 아침 강가 언덕의 나무와 돌계단 사이 길을 오르며 닫힌 수첩을 한 손에 들고, 둥근 기둥의 회랑과 완만한 처마선이 있는 성당을 차분히 올려다보는 노아. 편집 이미지.

일요일 아침, 노아는 어제 히나와 앉았던 망원한강공원의 돗자리 자리를 수첩에서 한 번 더 들여다봤습니다. 작은 네모 하나와 그 옆에 붙은 「히나의 길」. 히나는 오늘 밤 비행기로 도쿄에 돌아간다고 했고, 노아는 어제 헤어지며 오늘 합정 쪽에서 그림을 그려 보내겠다고 약속했어요. 캐나다에서 온 노아는 서울에 머물며 길을 걸어 그림으로 남기는 사람입니다. 오늘 그릴 길은 합정역 7번 출구에서 시작하는 길이었어요.

부드러운 아침 햇빛이 드는 창가 책상에서 선과 기호가 있는 수첩의 페이지를 넘기며 연필로 표시하는 노아. 편집 이미지.
일요일 아침, 수첩에서 이틀의 길을 고르는 노아.

노아가 고른 곳은 두 곳이었습니다. 합정역 7번 출구에서 걸어갈 수 있는 절두산 순교성지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둘 다 같은 출구에서 가깝고, 한강 쪽에 붙어 있었어요. 노아는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이 근처를 지나가며 강가 언덕 위의 건물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곳이 어떤 곳인지는 몰랐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림을 그리기 전에 먼저 그곳의 이야기를 읽고 가기로 했어요.

전날 밤, 노아는 두 곳의 누리집을 꼼꼼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문을 열고, 일요일에는 일반 방문객에게 열려 있지 않다는 걸 발견했어요. 주일에는 유가족만 성묘할 수 있어요. 노아는 일요일에는 절두산을, 월요일 아침에는 묘원을 찾기로 계획을 고쳤습니다. 한 번에 다 보려던 길이 이틀로 나뉜 셈이었어요.

노아는 이 일정 변경이 싫지 않았습니다. 어제 망원한강공원에서 히나가 「서울의 공공장소는 어디서, 언제까지를 정확하게 정해 둔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거든요. 묘원이 일요일에 문을 닫는 것도 그런 약속 가운데 하나였어요. 그곳에 잠든 사람들의 가족이 조용히 찾아올 수 있는 날을 따로 남겨 두는 것. 노아는 그 이유를 생각하니, 이틀로 나뉜 길이 오히려 이 장소에 맞는 걸음이라고 느꼈습니다.

이 글은 그 이틀의 이야기이자, 절두산 순교성지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을 처음 찾는 사람을 위한 안내입니다. 합정역 어느 출구로 나가 어떻게 걸어가는지, 두 곳이 어떤 역사를 품은 곳인지, 언제 열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주말에만 있는 해설 순례와 일요일의 묘원까지 노아를 따라 차례로 짚어 볼게요.

The Cue

절두산 순교성지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2·6호선 합정역 7번 출구에서 걸어갈 수 있는 한강 쪽 역사 장소입니다. 절두산 순교성지는 7번 출구에서 약 450m, 걸어서 10분이에요. 이곳은 국가 사적 「서울 양화나루와 잠두봉 유적」으로, 1866년 병인박해 때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된 곳입니다. 성지 방문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장소마다 여는 시간이 달라요. 병인순교100주년기념성당과 성인유해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엽니다.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7번 출구 정면 양화정 정자 사잇길로 200여 m 걸으면 입구이고, 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엽니다.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안내 예약자만, 일요일은 유가족만 들어갈 수 있어요. 두 곳 모두 조용히 머무는 곳이라 정숙과 촬영 규칙을 먼저 알아 두세요.

시작하기 전에
  • 절두산 순교성지: 서울 마포구 토정로 6(합정동). 합정역 7번 출구에서 도보 약 450m·10분.
  • 절두산 시간: 성당·성인유해실 07:00~17:00(미사 중 유해실 출입 불가). 박물관 화~일 09:30~17:00, 월요일·1월 1일·설 및 추석 연휴 휴관, 관람은 자율 봉헌금.
  • 해설 순례: 토·일만, 예약 없이 교육관 앞에서 11:00·11:30·13:00·14:00 출발, 50분. 영상 촬영·음성 녹음 불가.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서울 마포구 양화진길 46. 합정역 7번 출구 정면 양화정 정자 사잇길로 200여 m.
  • 묘원 시간: 월~토 10:00~17:00. 토요일은 10:00~15:00 안내 예약자만. 일요일은 유가족만. 안내 예약은 방문 전날 18시까지(당일 불가).
  • 수칙: 정숙. 절두산은 금주·금연, 자전거·킥보드 불가, 안내견 외 반려동물 불가, 성당·박물관 안 사진은 사전 협의 때만. 묘원은 참배길 한 줄 보행, 사진은 묘역 사잇길에서만, 식음·확성기 금지.

합정역 7번 출구에서 절두산 순교성지까지, 강 쪽으로 450m

일요일 오전 열 시 반, 노아는 합정역 7번 출구로 나왔습니다. 7번 출구에서 걸어서 약 450m, 10분 거리예요. 버스로 와도 합정역에서 내려 같은 길을 걸으면 됩니다. 노아는 출구 앞에서 수첩을 펴고 오늘의 시작점이 될 첫 선을 그었어요. 출구 정면에는 정자 하나가 보였는데, 내일 묘원으로 갈 때 지나갈 양화정이었어요.

합정역 7번 출구 주변 Google 지도. 빨간 핀이 안내하는 출구를 가리킵니다.
합정역 7번 출구 · Google 지도에서 열기
지하철 출구 앞에서 나무 기둥과 기와지붕이 있는 작은 정자를 올려다보며 수첩에 첫 선을 긋는 노아. 편집 이미지.
합정역 7번 출구 앞에서 긋는 첫 선.

강 쪽으로 걸어가며 노아는 어젯밤 읽은 이야기를 떠올렸어요. 양화진이라는 이름은 우리말로 풀면 「버드나무 꽃이 핀 나루터」라는 뜻이고, 강가에 우뚝 솟은 봉우리는 생김새가 누에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잠두봉이라고 불렸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평화로운 강가 풍경이 떠오르는데, 노아는 이 봉우리가 훗날 전혀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길을 걸으며 노아는 동네의 결이 조금씩 바뀌는 걸 느꼈습니다. 역 앞의 북적이는 거리를 지나자 점점 조용해졌고, 언덕 쪽으로 올라갈수록 나무가 많아졌어요. 일요일 오전이라 성지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가운데는 미사에 가는 듯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노아는 걸음을 조금 늦추고, 그 사람들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게 길 가장자리로 걸었어요. 차를 가져오는 사람은 성지 안 야외 주차장을 쓸 수 있지만, 성지 방문이 목적이 아닌 차량과 버스는 세울 수 없고, 토·일·공휴일에는 대중교통으로 오는 게 좋아요.

양화진·잠두봉에서 절두산까지, 이름에 담긴 역사

절두산 입구에 다다른 노아는 안내문 앞에서 오래 서 있었습니다. 양화나루 잠두봉은 15세기 조선 태종 때부터 17세기 인조 때까지 주로 명나라 사신을 접대하던 곳이었고, 고관과 사대부들이 별장을 짓고 풍류를 즐기던 명승지였어요. 눈 덮인 양화나루를 거니는 「양화답설」은 한양의 아름다운 풍경 열 가지를 꼽은 한도십영 가운데 하나였고, 1754년(영조 30년)에는 이곳에 정식 군사 진영이 설치되기도 했어요.

입구 근처 나무 그늘 아래에서 수첩을 가슴에 안고 글자 없는 안내판을 마주 보고 서 있는 노아의 뒷모습. 편집 이미지.
그림을 그리기 전에 읽는 이곳의 이야기.

그리고 1866년 병인박해가 일어나, 그해 10월부터 새남터나 서소문 밖에서 이뤄지던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이 갑자기 양화진에서 집행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이 봉우리는 「천주교 신자들의 머리가 잘린 봉우리」라는 뜻의 절두산으로 불리게 됐어요. 교회의 순교록으로 추정하는 절두산 순교자는 200명 안팎이고, 기록으로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29명입니다. 노아는 그 숫자를 수첩에 적지 않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수첩에 쓰기에는 너무 무거운 숫자처럼 느껴졌거든요.

버드나무 꽃 나루, 누에 머리 봉우리, 사신을 맞던 명승지, 그리고 절두산. 한 장소가 품은 이름들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노아에게는 가장 오래 남는 이야기였습니다. 길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노아는 늘 「이 길이 지금 어떻게 생겼나」를 먼저 보는데, 이곳에서는 「이 땅이 어떻게 불려 왔나」를 먼저 생각하게 됐어요. 노아는 수첩의 오늘 페이지 맨 위에 이름 네 개를 작은 글씨로 나란히 적었습니다.

이곳은 1997년 11월 11일, 「서울 양화나루와 잠두봉 유적」이라는 이름으로 국가 사적이 됐어요. 그전에도 지방 문화재로 지정된 성지는 있었지만, 국가 사적으로 지정된 성지는 절두산이 처음이었어요. 면적은 35,548㎡이고, 주소는 마포구 토정로 6이에요. 이곳이 국가 사적이라는 걸 알고 나니, 노아는 발걸음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옮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성당과 박물관, 밖에서 본 건축

언덕을 오르자 성당과 박물관이 나란히 나타났습니다. 오른쪽이 병인순교100주년기념성당, 왼쪽이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이에요. 1956년에 절두산 치명터를 사들이고, 1966년에 공사를 시작해 1967년 10월에 성당과 박물관을 지었습니다. 박물관의 처음 이름은 절두산순교기념관이었어요. 두 건물이 만나는 자리에는 종탑이 서 있었습니다.

맑은 하늘 아래 언덕 위 성당의 둥근 회랑 기둥과 길게 내려오는 처마선을 올려다보며 수첩에 외곽선을 그리는 노아. 편집 이미지.
수첩에 옮기는 회랑의 기둥과 추녀선.

노아는 건물 앞에서 한참을 바라봤어요. 건축가 이희태가 설계한 이 건물에는 우리 전통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대궐 기둥 같은 회랑의 둥근 기둥, 초가집 지붕처럼 미끄러지듯 내려온 추녀, 성당 제단 위에 조상들이 쓰던 갓 모양의 천개가 어우러져 있어요. 노아는 회랑의 기둥과 추녀의 선을 수첩에 옮기며, 서양의 성당과 한국의 지붕이 한 건물 안에서 만나는 방식을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건물 외벽 곳곳의 조각 작품들도 눈길을 끕니다. 종탑 외벽에는 김세중의 부조 〈순교자〉와 강희덕의 〈십자가〉가, 성당 서쪽 외벽에는 병인순교 26위를 새긴 김세중의 청동 부조가 있습니다. 박물관 출입문 양옆에는 이순석의 두 작품이 마주 보고 서 있어요. 노아는 작품 하나하나를 그리지 않고, 대신 그 위치만 건물 그림에 작은 점으로 표시해 두었어요. 다음에 이 그림을 보는 사람이 어디를 봐야 할지 알 수 있게요.

노아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수첩을 가방에 넣었습니다. 절두산은 성당이나 박물관 안의 사진 촬영을 사전에 협의한 경우에만 허락해요. 노아에게 그림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안에서는 그리지 않고, 보기만 하기로 했어요. 성당과 박물관 안으로는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서, 노아는 손에 들고 있던 물병까지 가방에 넣은 뒤 조용히 문을 밀었어요.

성인유해실과 미사 시간

성당 아래에는 성인유해실이 있습니다. 1984년에 지금의 모습을 갖춘 이 방에는 27위의 한국 순교 성인과 1위의 무명 순교자 유해가 모셔져 있어요. 1984년 5월 3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한국에 온 첫 일정으로 이곳 성해실을 참배했습니다. 성당과 유해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지만, 미사 중에는 유해실에 들어갈 수 없어요.

고요한 아침 빛 속에서 돌담 옆 야외 돌계단 아래에 멈춰 서서 위를 올려다보는 노아의 옆모습. 편집 이미지.
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계단 아래에서.

노아가 도착했을 때는 마침 오전 미사가 진행 중이었어요. 절두산의 미사는 월요일에는 오전 10시 한 번,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오전 10시와 오후 3시 두 번이고, 토요일 오후 3시 미사는 주일 미사로 드려요. 노아는 미사가 끝날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가 유해실로 향했습니다. 처음 방문한다면 미사 시간을 미리 확인해 두세요. 유해실 앞에서 헛걸음하거나 오래 기다리는 일을 줄일 수 있거든요.

유해실 안에서 노아는 오래 머물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그 방의 공기를 그대로 기억하려고 했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건 그리지 않고 보는 일인데, 오늘은 그게 맞는 일이라고 느꼈습니다. 밖으로 나와 노아는 수첩을 다시 꺼냈지만, 유해실은 그리지 않았어요. 대신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선만 하나 그려 넣었습니다.

성지에서는 몇 가지 부탁을 지켜야 해요.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웃지 않기, 너무 짧은 치마나 바지, 몸에 붙는 옷은 삼가기, 자전거와 킥보드는 타고 들어오지 않기, 안내견이 아닌 반려동물은 데려오지 않기, 성지 안에서는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기. 나무와 꽃은 눈으로만 봐 달라는 부탁도 있어요. 노아는 이 목록을 읽으며, 이곳이 관광지이기 전에 기도하는 사람들의 장소라는 걸 다시 생각했습니다.

성당 안에서 노아가 가장 오래 바라본 건 제대 위의 십자가였어요. 고개를 숙인 예수의 십자가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벽면의 십자가의 길은 손만으로 표현돼 있었고, 제대 위 갓 모양의 천개에는 둥근 유리화가 있었어요. 노아는 그림으로 남기지 않는 대신, 그 모습을 눈으로 오래 담았습니다. 손만으로 그린 십자가의 길 앞에서는, 선을 줄여서 더 많은 것을 말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배웠다고 나중에 히나에게 말했어요.

박물관과 주말 해설 순례

박물관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열어요. 월요일과 1월 1일, 설과 추석 연휴에는 쉽니다. 관람료는 정해진 금액이 아니라 자율적인 봉헌금이에요. 상설전 「눈으로 걷는 순례, 한국천주교회사」가 2020년 11월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박물관 안에서는 플래시나 삼각대를 쓴 촬영과 상업적 촬영이 금지되고, 휴대전화는 끄거나 진동으로 해 두어야 해요.

박물관 입구가 흐릿하게 보이는 배경 앞에서 뒷면이 보이는 휴대폰을 잡은 두 손과 남색 니트 소매 끝. 편집 이미지.
박물관에 들어가기 전, 휴대폰은 진동으로.

노아는 박물관을 나와 시계를 봤습니다. 열한 시 반이 조금 지나 있었어요. 절두산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만 해설과 함께하는 순례를 운영합니다. 예약 없이 교육관 앞에 정해진 시간에 모이면 되고, 오전 11시, 11시 30분, 오후 1시, 2시에 시작해 50분 동안 이어져요. 노아는 오후 1시 순례에 참여하기로 하고, 그때까지 성지 바깥 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한낮 교육관 건물 근처에서 뒷모습이나 흐릿한 모습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 사이에 서서 기다리는 노아와 해설자의 손짓. 편집 이미지.
오후 1시 해설 순례를 기다리는 노아.

해설 순례에서는 혼자 걸을 때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보게 됐어요. 야외에는 1972년에 축복한 김대건 신부상, 1978년에 만든 루르드 성모 동굴, 남종삼 세례자 요한 상이 있습니다. 옛 종탑의 십자가는 남종삼 상 앞에 묻혀 전시돼 있어요. 해설을 들으며 노아는 이 장소가 하나의 기념물이 아니라 여러 시간이 겹겹이 쌓인 곳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해설 순례는 영상 촬영과 음성 녹음이 안 되니, 노아처럼 귀로 듣고 마음에 담아 가는 게 좋아요.

순례가 끝난 뒤 노아는 교육관 앞 벤치에 앉아 수첩을 정리했습니다. 성지에는 몸이 불편한 방문객을 위한 준비도 있어요. 교육관 입구에 휠체어 두 대가 있고, 휠체어로 성당에 들어갈 때는 직원에게 말하면 리프트를 쓸 수 있습니다. 자동심장충격기는 박물관과 교육관 입구에 있고, 화장실은 교육관과 야외, 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 있어요. 다만 야외 화장실은 겨울에는 쉽니다.

교육관 건물에는 경당과 성지 사무실, 성물 센터, 순례자 식당도 있어요. 성지를 오래 둘러보는 사람이라면 이곳에서 쉬어 갈 수 있습니다. 노아는 벤치에서 일어나 교육관 앞을 한 번 둘러보고, 순례를 마친 사람들이 조용히 흩어지는 모습을 봤어요. 일요일 오후의 성지는 사람이 적지 않았지만 소리는 크지 않았습니다. 노아는 그 장면을 선 몇 개로 남겼는데, 사람의 얼굴은 그리지 않고 걸음의 방향만 화살표처럼 그렸습니다.

일요일의 묘원, 문 앞에서 돌아선 이유

오후 세 시쯤, 노아는 합정역 7번 출구 쪽으로 돌아가며 양화정 정자 앞을 지났습니다. 그 사잇길로 200여 m를 걸어가면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입구예요. 노아는 사잇길 앞에서 잠깐 멈췄다가, 내일 다시 오기로 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묘원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고, 일요일에는 유가족만 성묘할 수 있거든요.

늦은 오후 낮은 현대식 담장과 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그늘길 입구에서 반쯤 몸을 돌린 채 길 안쪽을 바라보는 노아와 화면 가장자리에 보이는 작은 정자. 편집 이미지.
일요일에는 돌아서고, 월요일에 다시 오기로.

처음 가는 사람이 가장 많이 헷갈리는 게 이 부분이에요. 절두산은 일요일에도 성당과 박물관을 열지만, 바로 가까이 있는 묘원은 일요일에 일반 방문을 받지 않습니다. 토요일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안내를 예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어요. 두 곳을 하루에 다 보고 싶다면 월요일을 빼고 화요일부터 금요일 사이를 고르는 게 가장 편합니다. 월요일에는 묘원은 열지만 절두산 박물관이 쉬니까요.

강을 따라 더 걷고 싶은 사람에게는 「마포 한강길」도 있어요. 마포나루에서 양화진까지 이어지는 약 5km의 한강길로, 마포대교에서 서강대교를 지나 양화대교까지 걸으면 2시간 30분쯤 걸립니다. 양화대교에 거의 다다르면 합정역 쪽으로 발길을 돌려 절두산 순교성지와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으로 이어 걸을 수 있어요. 노아는 이 길을 수첩 뒷장에 적어 두었습니다. 다음에는 강가에서부터 걸어와, 오늘의 첫 선과 이어 보고 싶었거든요.

그날 저녁 노아는 히나에게 사진 한 장을 보냈어요. 성당과 박물관의 외곽선, 회랑의 기둥, 미끄러지듯 내려온 추녀선, 그리고 조각 작품의 위치를 표시한 작은 점들. 사진 아래에는 짧게 적었습니다. “오늘은 그리지 않고 본 게 더 많아요.” 공항에서 히나의 답장이 왔어요. “그런 날도 있죠. 무사히 탑승. 다음 달에 봐요.” 노아는 그 메시지를 읽고, 수첩에 내일 묘원으로 가는 선을 미리 그어 두었습니다.

월요일 아침,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월요일 오전 열 시, 노아는 다시 합정역 7번 출구로 나왔습니다. 출구 정면의 양화정 정자를 지나 그 사잇길로 200여 m를 걸어가자 묘원 입구가 나왔어요. 묘원은 개방 시간 안에는 누구나 자율적으로 참배할 수 있습니다. 안내를 받거나 양화진홀을 둘러보려면 방문 전날 오후 6시까지 예약해야 하고, 당일 예약은 안 돼요. 노아는 오늘은 혼자 조용히 걷기로 했습니다.

묘원을 지금처럼 가꾸고 관리하는 곳은 100주년기념교회예요. 2005년 7월에 묘원과 기념관의 관리를 맡았고, 2006년 5월에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묘원은 방문객이 혼자서도 둘러볼 수 있게 자율 참배를 열어 두고,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에게는 예약 안내를 따로 운영해요. 노아는 다음에 올 때는 전날 저녁까지 안내를 예약해, 오늘 혼자 본 것들을 이야기와 함께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묘원의 좁은 길을 천천히 걷는 노아와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묘비들. 편집 이미지.
월요일 아침, 조용히 들어서는 묘원 사잇길.

이곳에 외국인이 처음 묻힌 건 1890년 7월 28일이었어요. 선교사 J. W. 헤론이 묻힌 것을 계기로 외국인 묘지가 시작됐고, 같은 해 8월 이곳을 외국인 묘역으로 조성했습니다. 지금 묘원의 면적은 13,224㎡이고, 15개국 417명이 잠들어 있어요. 그중 가족을 포함한 선교사는 145명으로, 남아공·미국·스웨덴·영국·캐나다·호주 6개국 사람들입니다. 2005년 7월 1일 이후로는 새로 묻히는 사람을 받지 않아요.

캐나다라는 이름에서 노아는 걸음을 멈췄습니다. 자기와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백 년도 더 전에 이 땅에 와서, 여기 묻혀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실감 났거든요. 노아는 어떤 묘가 누구의 것인지 찾아다니지 않았어요. 대신 참배길을 따라 한 줄로 천천히 걸으며, 묘비 사이로 비치는 아침 빛을 오래 바라봤습니다. 서울에서 길을 그리며 지낸 몇 달 동안, 오늘처럼 자기가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 본 날은 처음이었어요.

묘원 안은 아침인데도 조용했습니다. 몇몇 방문객이 노아처럼 혼자, 또는 둘이서 참배길을 걷고 있었어요. 아무도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았고, 발걸음 소리마저 나무 사이로 작게 흩어졌습니다. 노아는 어제 망원한강공원에서 「큰 소리로 소리치거나 이야기하지 않기」라는 문장을 읽고 히나와 웃었던 게 떠올랐어요. 그곳의 조용함과 이곳의 조용함은 이유가 달랐지만, 둘 다 다른 사람을 위해 지키는 조용함이라는 점은 같았습니다.

묘원에도 지켜야 할 것이 있어요. 조용히 걷고, 참배길은 한 줄로 걸으며, 묘비와 봉분, 기념비를 보호해야 합니다. 사진은 반드시 묘역 사잇길에서만 찍고, 묘역 안에서는 음식물 섭취나 쓰레기 투기, 확성기 사용이 일절 허용되지 않아요. 아이와 함께 간다면 묘역에서의 예의를 미리 알려 주세요. 노아는 사잇길에서 묘비는 그리지 않고, 묘원의 나무와 길의 선만 몇 개 그렸어요.

고요한 아침 묘역 사잇길 가장자리에 서서 수첩에 나무와 길만 스케치하는 노아와 배경에 흐릿하게 보이는 묘비들. 편집 이미지.
묘비 대신 나무와 길의 선만 수첩에.

묘원을 나서며 노아는 이틀 동안 그린 수첩을 넘겨 봤습니다. 합정역 7번 출구의 첫 선, 이름 네 개, 성당과 박물관의 외곽선, 계단의 선 하나, 돌아섰던 사잇길, 그리고 오늘 아침의 나무들. 다른 날보다 선이 훨씬 적은 페이지였어요. 그래도 노아는 이 페이지가 서울에서 그린 것 중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지 않은 것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고 있었거든요.

합정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노아는 다시 양화정 정자 앞을 지났어요. 어제 이 앞에서 돌아섰던 자리인데, 하루 사이에 같은 정자가 다르게 보였어요. 어제는 「아직 못 간 곳」의 입구였고, 오늘은 「다녀온 곳」의 출구였으니까요. 노아는 정자를 지나며 수첩의 첫 선 옆에 작은 화살표를 하나 더 그렸습니다. 같은 출구에서 시작해 같은 출구로 돌아온, 이틀짜리 길의 표시였어요.

노아는 히나에게 마지막 사진을 보냈습니다. 묘원 사잇길의 나무 그림이었어요. “캐나다 사람들도 여기 있었어요. 조용한 데서 내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했어요.” 히나의 답은 도쿄의 아침 출근길에서 왔습니다. “다음 달엔 내가 공연장 가는 길 그려 줄 차례죠. 그다음엔 같이 조용한 길도 걸어요.” 노아는 수첩 맨 뒷장의 히나 공연 날짜 옆에, 작은 나무 하나를 그려 넣었어요.

Common Mistakes — 자주 하는 실수

  • 일요일에 묘원까지 한 번에 보려 하기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일요일에 유가족만 들어갈 수 있어요. 토요일은 10~15시 안내 예약자만이에요.

  • 월요일에 두 곳을 같이 보려 하기

    월요일엔 묘원은 열지만 절두산 박물관이 쉬어요. 두 곳을 하루에 보려면 화~금요일이 편해요.

  • 미사 시간에 유해실로 바로 가기

    미사 중에는 성인유해실에 들어갈 수 없어요. 미사는 화~일 10:00·15:00(월요일은 10:00만)이에요.

  • 성당·박물관 안에서 사진 찍기

    절두산 성당·박물관 안 사진은 사전 협의 때만 가능해요. 묘원 사진은 묘역 사잇길에서만 찍을 수 있어요.

  • 해설 순례를 녹음하기

    주말 해설 순례는 영상 촬영·음성 녹음이 안 돼요.

  • 편한 차림 그대로 가기

    너무 짧은 치마나 바지, 몸에 붙는 옷은 피하고, 큰 소리로 이야기하거나 웃는 행동도 삼가야 해요.

FAQ — 자주 묻는 질문

절두산 순교성지는 어떻게 가요?

2·6호선 합정역 7번 출구에서 걸어서 약 450m, 10분이에요. 주소는 마포구 토정로 6이에요.

절두산은 몇 시에 열어요?

성지 방문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성당과 성인유해실은 07:00~17:00, 박물관은 화~일 09:30~17:00예요. 박물관은 월요일·1월 1일·설 및 추석 연휴에 쉬어요.

박물관 입장료가 있어요?

정해진 요금 대신 자율적인 봉헌금이에요.

해설을 들을 수 있어요?

토·일요일에 예약 없이 교육관 앞에서 11:00·11:30·13:00·14:00에 시작하는 50분 해설 순례가 있어요.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은 언제 열어요?

월~토 10:00~17:00예요. 토요일은 10:00~15:00 안내 예약자만, 일요일은 유가족만 들어갈 수 있어요. 안내 예약은 방문 전날 18시까지예요.

묘원은 어떻게 가요?

합정역 7번 출구 정면의 양화정 정자 사잇길로 200여 m 걸으면 입구예요. 주소는 마포구 양화진길 46이에요.

휠체어로 갈 수 있어요?

절두산은 교육관 입구에 휠체어 2대가 있고, 성당은 직원에게 말하면 리프트로 들어갈 수 있어요.

Recap — 출발 전 30초

  • 두 곳 모두 합정역 7번 출구. 절두산은 약 450m·10분, 묘원은 양화정 정자 사잇길 200여 m.
  • 절두산: 성당·유해실 07~17시(미사 중 유해실 불가), 박물관 화~일 09:30~17:00(자율 봉헌금).
  • 주말 해설 순례 11:00·11:30·13:00·14:00, 교육관 앞, 녹음·촬영 불가.
  • 묘원: 월~토 10~17시, 토요일은 10~15시 예약자만, 일요일은 유가족만.
  • 정숙·단정한 차림. 성당·박물관 안 사진은 사전 협의, 묘원 사진은 사잇길에서만.

참고 자료

확인한 자료
  • 절두산순교성지 — 양화나루와 잠두봉양화진·잠두봉 이름의 뜻 · 명나라 사신 접대와 양화답설 · 1754년 군사 진영 설치 · 1866년 처형과 절두산 명칭 · 추정 순교자 200명 안팎과 이름이 확인된 29명 · 성당·박물관 건립 경위 · 1997년 사적 지정확인 2026-10-22
  • 절두산순교성지 — 성당오른쪽 성당·왼쪽 박물관과 두 건물 사이 종탑 · 이희태 설계 · 회랑 원주·추녀·갓 모양 천개 · 성당과 종탑 외벽 및 박물관 입구의 작품 · 성당 내부 십자가·손으로 표현한 십자가의 길·원형 유리화 · 야외 조각과 옛 종탑 십자가확인 2026-10-22
  • 절두산순교성지 — 미사 및 방문시간성지와 개별 장소의 개방시간 구분 · 성당·성인유해실 07:00~17:00와 미사 중 유해실 출입 제한 · 월요일 10:00, 화~일 10:00·15:00 미사 · 박물관 화~일 09:30~17:00와 휴관일확인 2026-10-22
  • 절두산순교성지 — 해설과 함께하는 순례토·일요일 예약 없이 교육관 앞에서 출발 · 11:00·11:30·13:00·14:00 시작 · 소요 50분 · 영상 촬영·음성 녹음 불가확인 2026-10-22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 방문안내월~토 10:00~17:00 · 토요일은 10:00~15:00 안내 예약자만 출입 · 개방시간 내 자율참배 · 안내·양화진홀 관람은 방문 전날 18시까지 예약, 당일 예약 불가확인 2026-10-22
  •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 — 방문 수칙정숙과 참배길 한 줄 보행 · 묘비·봉분·기념비 보호 · 사진은 묘역 사잇길에서만 · 식음·폐기물 투기·확성기 금지 · 어린이 동반 시 묘역 예절 안내확인 2026-10-22

AI 캐릭터와 함께 걷는 서울 이야기예요. 장소 정보는 공개 자료로 확인했고, 사진은 AI로 만든 연출 이미지예요. AI 활용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