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 YEONNAM
말리의 두 번째 서울 출장, 리나와 처음 함께 걸은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
홍대입구역 3번 출구의 소나무에서 시작해 은행나무 흙길과 남겨 둔 철길까지, 빵 봉지는 들어가기 전에
한 달 만에 서울에 온 말리가 리나에게 「가을 색을 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리나가 고른 곳은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앞, 소나무 한 그루에서 시작하는 옛 철길이었다.

가는 길
말리가 서울에 다시 온 건 한 달 만이었습니다. 방콕의 뷰티 잡지에서 일하는 말리에게 서울 출장은 대개 빡빡해요. 낮에는 미팅과 매장 조사, 저녁에는 그날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나면 하루가 끝나거든요. 그래도 이번에는 마지막 날 오후가 통째로 비어 있었습니다. 말리는 지난번 동대문종합시장에서 원단 층을 알려 준 리나에게 메시지를 보냈어요. “목요일 오후에 시간 있어요? 가을 색을 보고 싶어요. 화보 말고, 진짜 서울의 가을 색이요.”

리나의 답은 금방 왔습니다.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나오세요. 출구 앞에 키 큰 소나무가 있어요. 거기서 만나요.” 지도 링크도, 가게 이름도 없이 나무 한 그루가 약속 장소였어요. 말리는 처음에 그게 농담인 줄 알았는데, 리나가 한 줄을 더 보냈습니다. “그 소나무가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이 시작되는 표시예요.” 말리는 메모장 「일로 볼 것」 칸 아래에 「소나무 — 시작」이라고 적었습니다.
사실 말리가 「진짜 서울의 가을 색」이라고 쓴 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지난번 출장 마지막 날, 혼자 종로3가 갈매기골목에서 저녁을 먹고 리나에게 불판 사진을 보낸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 리나가 “다음엔 낮에 걸어요. 밤 색이랑 낮 색은 달라요”라고 답했고, 말리는 그 한 줄을 메모장에 그대로 옮겨 두었습니다. 출장 일정표에 빈 오후가 생기자마자 그 문장이 먼저 떠올랐어요. 매장 조명 아래서만 색을 보는 일이 한 달 내내 이어지다 보니, 햇빛이 비치는 색이 조금 그립기도 했고요.
이 글은 그 목요일 오후의 이야기이자,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을 처음 걷는 사람을 위한 안내입니다. 홍대입구역 어느 출구로 나와야 하는지, 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알아 둘 규칙은 무엇인지, 은행나무 길과 물길, 남겨 둔 철길은 어디서 볼 수 있는지를 둘을 따라가며 차례로 짚어 볼게요. 사람들이 「연트럴파크」라고 부르는 바로 그 길이에요.
The Cue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은 홍대입구역(2호선·경의선·공항철도) 3번 출구에서 바로 시작합니다. 출구 앞 키 큰 소나무가 구간의 시작 표시예요. 옛 경의선 철길이 지하로 들어간 뒤 그 위에 만든 공원이라, 약 1km 이어지는 은행나무 사이 흙길과 잔디마당, 지하수로 흐르는 물길, 남겨 둔 철길을 따라 걸을 수 있어요. 들어가기 전에 알아 둘 것은 규칙입니다.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음식물 반입이 금지돼 있고, 음주·야영·불 피우기도 안 되며, 쓰레기는 되가져가야 해요. 공원 자체 주차장이 없으니 지하철로 오는 게 편합니다.
- 어디: 서울 마포구 연남동. 홍대입구역(2호선·경의선·공항철도)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숲길이에요. 출구 앞 키 큰 소나무가 연남동 구간의 시작.
- 무엇을 보나: 약 1km 은행나무 길(나무 사이는 흙길) · 잔디마당 · 공항철도 지하 구간에서 올라오는 지하수로 만든 물길(세교천 재현) · 남겨 둔 옛 철길.
- 규칙: 음식물 반입 금지(야생동물 보호) · 야영·취사·불 피우기 금지 · 음주·가무·소란 금지 · 쓰레기는 되가져가기 · 흡연 금지 · 반려동물은 출입 자제 요청.
- 버스킹: 매일 11:00~20:00, 20시 이후는 안 돼요.
- 차: 공원 전 구간에 자체 주차장이 없어요. 대중교통으로 오세요.
- 안내: 홍대입구~연남동 구간은 연남초소(연남파출소 앞)에 문의, 초소에 리플릿이 있어요.
3번 출구 앞 키 큰 소나무에서
목요일 오후 두 시, 말리는 홍대입구역 개찰구를 나와 3번 출구 표지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홍대입구역에는 2호선과 경의선, 공항철도가 함께 서서 출구가 많고 사람도 많아요. 처음 오면 어느 쪽으로 나가야 할지 잠깐 멈춰 서게 되는데, 연남동 구간을 걸으려면 3번 출구만 기억하면 됩니다. 계단을 다 올라온 말리 앞에 정말로 키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고, 그 옆에서 리나가 수첩을 펼친 채 손을 흔들고 있었어요.


“진짜 나무가 약속 장소네요.” 말리가 웃자 리나는 수첩을 돌려 보여 줬습니다. 첫 줄에 「3번 출구 — 소나무 — 시작」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리나는 서울에 올 때마다 걷는 길을 이렇게 세 단어씩 적어 둔다고 했습니다. 지난번 동대문에서 「5층」, 「B동 2층」, 「2·3층」을 적던 그 수첩이었어요. 말리는 그 수첩을 다시 보는 게 조금 반가웠습니다. 한 달 전에는 처음 보는 사람의 수첩이었는데, 오늘은 아는 사람의 수첩이었으니까요.
리나가 3번 출구를 고른 건 길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홍대입구역에는 공항철도가 서기 때문에, 그날 밤 공항으로 가야 하는 말리는 숲길을 걷고 나서 같은 역에서 바로 공항철도를 타면 됐거든요. “돌아갈 역에서 만나면 마지막 날이 덜 바빠요.” 리나는 말리의 일정표를 미리 물어보고 약속 장소를 정한 거였어요. 출장으로 서울에 오는 사람이라면 이 조합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마지막 날 짐을 숙소에 맡겨 두고 오후를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보내다가, 숙소에서 짐을 찾아 공항철도를 타는 식으로 하루를 짤 수 있으니까요.
리나가 이 길을 고른 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경의선숲길은 마포구에서 용산구까지 이어진 6.3km의 선형 공원인데, 그중 연남동 구간은 동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숲길 전체에서 가장 활기찬 구간으로 꼽혀요. 사람들이 뉴욕 센트럴파크에 빗대 「연트럴파크」라고 부르는 것도 이 구간이에요. 리나는 “가을 색이 보고 싶다는 말에 바로 여기가 생각났어요. 길 하나에 나무, 잔디, 물, 철길이 다 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걷기 전에 리나는 이 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짧게 들려줬어요. 연남동 구간은 경의선 폐철길 공원의 2단계로, 연남동·새창고개·염리동 구간과 함께 문을 열었습니다. 숲길 전체의 폭은 10m에서 60m까지 구간마다 다르고, 연남동 쪽은 길 가운데에 은행나무와 물길이 놓이고 양옆으로 잔디마당이 붙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걷다 보면 좁은 산책로였다가 넓은 마당이었다가 하면서 풍경이 계속 바뀝니다. 말리는 “잡지 한 권처럼 페이지가 넘어가는 길이네요”라고 했어요.
빵 봉지는 공원에 들어가기 전에 비우기
걷기 전에 작은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말리는 역으로 오는 길에 빵집에 들러 버터빵 두 개와 커피를 사 왔거든요. 잔디밭에 앉아 같이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리나가 봉지를 보고는 미안한 얼굴로 휴대폰 화면을 내밀었습니다. 공원 이용 규칙의 첫 줄이었어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음식물 반입을 금지합니다.”

말리는 잠깐 머쓱해졌다가 금방 웃었습니다. “잔디밭이 있으니까 당연히 소풍하는 곳인 줄 알았어요.” 사실 처음 오는 사람이 가장 흔히 하는 착각이 이거예요. 넓은 잔디마당을 보면 돗자리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경의선숲길은 음식물 반입이 금지돼 있고 야영과 취사, 불 피우는 것도 안 됩니다. 음주와 가무, 소란 행위도 하지 않기로 돼 있어요. 쓰레기는 되가져가야 하고, 흡연도 안 됩니다. 둘은 출구 쪽으로 몇 걸음 물러나 빵을 하나씩 먹고, 빈 봉지는 말리의 가방에 접어 넣은 뒤에 숲길로 들어갔어요.
리나는 안내판을 끝까지 읽는 사람이라, 반려동물 문장도 짚어 줬습니다. 경의선숲길은 반려동물의 출입을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는 공원이에요. 생태계를 지키고 다른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규칙입니다. 금지라는 말은 아니지만, 강아지와 함께 걷고 싶다면 이 문장을 먼저 읽어 두는 게 좋아요. 말리는 메모장에 「먹고 들어가기」라고 적고 그 아래에 작게 「빵은 맛있었음」을 덧붙였습니다.
이 규칙이 왜 있는지도 생각해 볼 만해요. 경의선숲길은 도심 한가운데에 있지만, 나무와 풀, 그 사이에 사는 작은 동물들이 함께 쓰는 공원이에요. 음식물을 막는 이유가 야생동물 보호이고, 풀과 나무를 보호해 달라는 규칙이 같이 붙어 있는 것도 그래서입니다. 리나는 “여기는 앉아서 먹는 공원이 아니라 걷는 공원이라고 생각하면 편해요”라고 정리했고, 말리는 그 말이 출장 메모보다 훨씬 쓸모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은행나무 사이 흙길, 약 1km
숲길에 들어서자 말리가 먼저 걸음을 늦췄습니다. 양옆으로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사이로 흙길이 곧게 뻗어 있었거든요. 이 구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게 바로 이 은행나무 길이에요. 옛 철길을 따라 약 1km 늘어선 아름드리 은행나무 사이를 흙길로 만들어서, 발밑의 감촉부터 도시의 보도와 다릅니다. 시월 말이라 잎 끝이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어요.

말리는 휴대폰을 꺼냈다가 곧 다시 넣었습니다. 대신 은행잎 하나를 주워 손바닥에 올려 두고 오래 들여다봤어요. 잎 가운데는 아직 연두색이고 가장자리부터 노란색이 번지고 있었습니다. “화보에서는 이걸 한 가지 노란색으로 칠해 버려요. 그런데 실제로는 한 장에 색이 세 개쯤 있네요.” 말리가 메모장 「일로 볼 것」 칸에 「은행잎 — 가장자리부터」라고 적는 동안, 리나는 그 잎을 수첩 사이에 끼워 두자고 했습니다.

리나는 은행나무 길을 몇 번 걸어 본 사람답게 걸음 속도를 정해 줬어요. “여기는 빨리 걸으면 1km가 금방이에요. 천천히 걸어야 길이 길어져요.” 연남동 구간 전체는 약 1.3km 정도라, 마음먹으면 한 번에 끝까지 걸을 수 있는 길이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서두르지 않는 게 요령이에요. 노란색이 짙어지는 가을은 이 길이 가장 널리 알려지는 계절인데, 잎이 물드는 속도는 해마다 달라서 말리는 오늘처럼 반쯤 물든 날도 좋다고 했습니다.
은행나무 길 중간쯤에서 둘은 간이역처럼 생긴 쉼터를 지났습니다. 철길이 공원이 된 길답게, 쉼터도 기차를 기다리던 작은 역을 닮게 만들어 놓았어요. 리나는 그 앞에서 “여기서 기다리면 기차 대신 사람이 와요”라고 농담을 했고, 말리는 웃으며 쉼터 지붕선을 손가락으로 따라 그렸습니다. 화보 배경을 볼 때 습관처럼 하는 동작이라고 했어요. 둘은 쉼터에 오래 머물지 않고, 물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공항철도 지하수로 흐르는 물길
은행나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공원 한가운데로 낮은 물길이 이어집니다. 리나가 이 길에서 가장 좋아한다는 곳이에요. 이 물길은 지하 구간을 달리는 공항철도에서 올라오는 지하수를 써서 만들었고, 옛 세교천을 재현한 물길이에요. 발밑으로는 지금도 공항철도가 다니고, 그 땅에서 올라온 물이 다시 공원을 흐르는 셈이에요.

“발밑으로 기차가 다닌다고요?” 말리가 놀라자 리나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경의선숲길 자체가 2005년에 철길을 지하로 옮기기 시작한 뒤, 그 위에 남은 땅을 시민의 쉼터로 바꾼 사업이에요. 그래서 이 길 아래에는 지금도 철길이 있고, 위에는 나무와 물과 잔디가 있습니다. 리나는 수첩에 「위 — 물, 아래 — 기차」라고 적었고, 말리는 그 줄이 화보 제목 같다며 사진으로 찍어 갔어요.
물길 옆에는 크고 작은 잔디마당과 광장이 길마다 이어져 있습니다. 은행나무 길만 따라 걸으면 좁은 산책로 같지만, 옆으로 고개를 돌리면 넓게 트인 잔디가 계속 나타나요. 걷다가 쉬고 싶을 때 앉을 자리를 찾기 어렵지 않은 이유입니다. 둘도 물길이 보이는 자리에 잠깐 앉아, 아까 먹고 들어온 빵 이야기를 하며 웃었어요. 손에 든 게 없으니 오히려 길을 더 오래 보게 됐다고 말리가 말했습니다.
앉아 있는 동안 말리가 리나의 수첩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왜 늘 세 단어씩만 적느냐고요. 리나는 처음 서울에 왔을 때 모든 걸 길게 적었다가, 돌아가서 다시 읽어 보니 정작 길이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 뒤로는 「어디 — 무엇 — 다음」처럼 짧게만 적는데, 그래야 다음에 같은 길을 걸을 때 수첩을 펴지 않아도 몸이 먼저 기억한대요. 말리는 자기 메모장을 열어 보더니, 긴 문장으로 가득한 화면을 보고 조금 웃었습니다. “저는 반대로 다 적어 둬야 안심이 돼요.”
남겨 둔 옛 경의선 철길과 숲길이 생긴 내력
조금 더 가자 흙과 잔디 사이로 녹슨 철길이 드러났습니다. 경의선숲길에는 실제 철길을 남겨 둔 구간이 있어요. 리나는 그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수첩을 펼쳤습니다. 철로 위의 침목을 하나씩 세면서 걷는 게 리나의 버릇이었거든요. 말리는 처음엔 웃었지만, 어느새 같이 숫자를 세고 있었습니다.

이 철길이 옛 경의선이에요. 경의선은 1900년대 초 용산과 신의주를 잇던 철길이었고, 1906년에 개통됐습니다. 그 철길이 지하로 들어간 자리가 공원이 됐고, 숲길은 2012년 3월 대흥동 구간을 시작으로 차례로 열려 2016년에 전 구간이 완성됐어요. 연남동 구간은 그 사이인 2015년 6월에 시민에게 공개됐습니다. 리나는 “지난번 동대문에서 층을 세던 것처럼, 여기서는 연도를 세게 되네요” 하고 웃었어요.
말리는 그 연도들을 듣고 손가락으로 셈을 해 봤습니다. 철길을 지하로 옮기기 시작한 2005년부터 이 구간이 공원으로 열린 2015년까지 꼬박 10년이 걸린 셈이에요. “화보 한 권 만드는 데 석 달이 길다고 투덜댔는데요.” 말리가 웃자 리나는 그 10년 동안 이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지금 이 은행나무 길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둘이 걷는 동안에도 유모차를 미는 사람, 혼자 책을 든 사람, 강아지 대신 화분을 안고 가는 사람이 옆을 지나갔어요. 관광지라기보다 동네 사람들이 매일 쓰는 길이라는 게 걷다 보면 저절로 보입니다.
말리에게 철길은 색으로 먼저 보였습니다. 녹슨 레일의 붉은 갈색과 옆에 떨어진 은행잎의 노란색이 나란히 놓인 게 마음에 들었거든요. “이건 화보로 찍으면 안 되겠어요. 이렇게 우연히 놓인 걸 따라 하면 꼭 티가 나요.” 말리는 사진을 한 장만 찍고 휴대폰을 넣었습니다. 리나는 그 말을 듣고 수첩 한쪽에 「우연은 따라 하지 않기」라고 적었는데, 디테일을 모으는 자기 버릇과도 통하는 말이었어요.
둘은 철길 옆에서 한동안 걸음을 맞춰 걸었습니다. 철길 위를 걸으면 보폭이 침목 간격에 맞춰져서, 평소보다 조금 짧고 일정해져요. 말리는 그게 재미있다며 몇 번을 왔다 갔다 했고, 리나는 그 모습을 보며 수첩에 「보폭 — 짧아짐」이라고 적었습니다. 다만 철길 구간에서는 앞만 보고 걷다가 사람과 부딪히기 쉬우니, 사진을 찍거나 침목을 세며 걸을 때는 주변을 한 번씩 살피는 게 좋아요. 이 구간은 산책하는 사람이 많은 동네 공원이니까요.
잔디마당과 버스킹, 작은 볼륨
구간 가운데쯤에서 기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잔디마당 한쪽에서 한 사람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어요. 경의선숲길에서는 버스킹을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할 수 있고, 8시가 넘으면 안 됩니다. 공원 버스킹 에티켓 가운데 하나가 「작은 볼륨」인데, 주변에 집과 가게가 가까운 동네 공원이라 그렇습니다. 둘이 들은 노래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지 않아도 될 만큼의 소리였어요.
듣는 쪽에도 작은 요령이 있어요. 연주 앞에 사람이 모이면 산책로가 금방 좁아지니, 노래를 오래 듣고 싶다면 길 한가운데가 아니라 잔디마당 가장자리에 서는 게 좋습니다. 말리와 리나도 은행나무 길에서 한 발 비켜나 잔디 쪽에 섰어요. 말리는 노래가 끝날 때마다 작게 박수를 쳤고, 리나는 곡이 바뀔 때마다 수첩에 곡 수를 바를 정(正) 자로 세었습니다. 세 곡을 듣고 나서야 둘은 다시 걷기 시작했어요. 저녁 8시가 넘으면 버스킹은 끝나니, 공연을 보려면 해가 지기 전에 오는 편이 낫습니다.

말리는 노래를 들으며 시계를 봤습니다. 오후 세 시가 넘자 사람이 눈에 띄게 늘어 있었어요. 주말 오후에는 방문객이 크게 늘어 잔디 주변과 보행로가 붐벼요. 평일 오후인데도 이 정도라면, 주말에 조용히 걷고 싶은 사람은 조금 일찍 오는 게 좋겠다고 리나가 말했어요. 사진을 찍을 때도 산책로 한가운데에 오래 서 있지 말고 잔디마당 쪽으로 비켜서는 게 서로 편합니다.
리나는 그 사이에 작은 질문을 하나 꺼냈습니다. “말리 씨는 서울에서 일할 때 어떤 색을 제일 많이 봐요?” 말리는 잠깐 생각하다가 “매장 조명 색”이라고 답했어요. 하얗고 밝은 빛 아래에서만 화장품 색을 보다가, 오늘은 처음으로 햇빛이 비치는 색을 오래 봤다고요. 리나는 그 말을 수첩에 옮겨 적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음엔 아침에 와요. 빛이 달라요”라고만 말했어요.
말리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생각에 잠겼습니다. 출장 일정은 늘 회의와 매장 조사로 채워지고, 아침은 호텔 조식과 이동으로 지나가 버리거든요. 그래도 다음에는 아침 한 시간을 비워 두겠다고, 말리는 휴대폰 달력의 다음 출장 날짜 옆에 작은 해 모양 표시를 했습니다. 리나는 아침 연남동 구간이 어떻게 다른지는 말하지 않았어요. 직접 보면 알 거라고, 그게 이 길을 처음 걷는 사람에게 남겨 둘 재미라고 생각했거든요.
연남초소 앞에서, 다음 약속
연남동 구간 끝 쪽으로 걸어가는 동안 리나가 길 안내 이야기를 하나 더 해 줬습니다. 홍대입구에서 연남동으로 이어지는 이 구간은 경의선숲길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 길이나 공원 이용이 궁금하면 연남초소에 물어보면 돼요. 연남파출소 앞에 있는 초소이고, 초소에 리플릿도 놓여 있습니다. 말리는 지도를 따로 찾지 않아도 되는 이런 정보가 출장 중인 사람에게 제일 고맙다고 했어요.
숲길은 연남동 구간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경의선숲길은 마포구에서 용산구까지 6.3km 이어지는 공원이라, 시간이 넉넉한 날에는 다른 구간까지 이어 걸을 수도 있어요. 다만 오늘 둘에게는 공항철도 시간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리나는 “한 번에 다 걷지 않아도 돼요. 오늘은 연남동, 다음엔 다른 구간”이라며 수첩에 빈 줄 하나를 남겨 두었어요. 처음 오는 사람도 이렇게 구간 하나만 정해서 걸으면, 서두르지 않고 길을 충분히 볼 수 있습니다.

벤치에 앉아 리나는 수첩을 넘기다가 한 페이지에서 멈췄습니다. 지난번 동대문에서 고른 하늘색 장식 이야기였어요. 그 색으로 만든 가방 장식을 마야에게 건넸고, 그 뒤로 마야와 종로에서 하루를 같이 보냈다고 리나가 말했습니다. “오늘 저녁에 마야를 홍대에서 또 만나요. 레드로드를 걸어 보기로 했어요.” 말리는 처음 듣는 이름에 귀를 기울이다가, 동대문에서 리나가 말한 「다음 주에 처음 만나기로 한 친구」라는 걸 떠올렸어요.
말리는 저녁 비행기를 타야 해서 그 자리에는 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리나의 수첩에 끼워 둔 은행잎 옆에 자기 이름을 작게 적어 달라고 했어요. “다음 출장 때는 아침에 와서 빛이 다른지 볼게요. 그때는 마야도 같이요.” 리나는 은행잎 옆에 말리의 이름과 오늘 날짜를 적었고, 그 아래에 「아침 — 다음에」라고 한 줄을 더 붙였습니다.
헤어지기 전, 말리는 리나에게 마야를 만나면 전해 달라며 사진 한 장을 보냈습니다. 오늘 손바닥에 올려 두었던 은행잎을 가까이 찍은 사진이었어요. “가장자리부터 물드는 노란색. 레드로드의 빨간색이랑 같이 보면 좋겠어요.” 리나는 그 메시지를 읽고 웃었습니다. 한 달 전 동대문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이제는 아직 만나 보지 못한 친구에게 색을 하나 건네고 있었으니까요.

둘은 처음 만났던 3번 출구 소나무 앞에서 헤어졌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말리는 메모장 「일로 볼 것」 칸을 다시 열었어요. 「소나무 — 시작」, 「먹고 들어가기」, 「은행잎 — 가장자리부터」, 「우연은 따라 하지 않기」. 출장 메모라기보다는 하루 일기에 가까웠지만, 다음 화보 회의에서 말리가 제일 먼저 꺼낼 이야기는 매장 조명이 아니라 오후 햇빛 아래 은행잎의 색이 될 것 같았습니다.
홍대입구역에서 탄 공항철도가 지하로 들어가는 순간, 말리는 리나가 물가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어요. 지금 타고 있는 이 열차가 지나는 땅 위에서 물이 흐르고, 사람들이 은행나무 사이를 걷고 있다는 것. 말리는 메모장 맨 아래에 리나의 수첩을 흉내 내 세 단어만 적었습니다. 「위 — 물, 아래 — 나.」 그러고는 다음 출장 날짜 옆의 작은 해 모양 표시를 한 번 더 확인했어요.
Common Mistakes — 자주 하는 실수
잔디마당이 있으니 소풍하러 가기
경의선숲길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음식물 반입이 금지돼 있어요. 먹을 것은 들어가기 전에 해결하세요.
돗자리·캠핑 의자에 불까지 챙기기
야영·취사·불 피우기 모두 안 돼요.
차를 가져가기
공원 전 구간에 자체 주차장이 없어요. 홍대입구역 3번 출구로 오세요.
반려동물 출입을 당연하게 여기기
출입 「자제」 요청이 있어요. 함께 가려면 이 안내를 먼저 읽어 두세요.
저녁 늦게 버스킹 보러 가기
버스킹은 11:00~20:00까지예요.
주말 오후에 조용히 걷기를 기대하기
주말 오후에는 잔디 주변과 보행로가 붐벼요. 조용히 걷고 싶다면 일찍 가세요.
FAQ — 자주 묻는 질문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연트럴파크)은 어떻게 가요?
홍대입구역(2호선·경의선·공항철도) 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숲길이에요. 출구 앞 키 큰 소나무가 구간의 시작이에요.
얼마나 걸려요?
연남동 구간은 약 1.3km이고, 그중 은행나무 흙길이 약 1km예요.
음식을 가져가도 돼요?
아니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음식물 반입이 금지돼 있어요. 음주·야영·취사·불 피우기도 안 돼요.
반려동물과 함께 가도 돼요?
생태계 보전과 다른 이용자를 위해 반려동물은 출입을 자제해 주세요.
버스킹은 언제 볼 수 있어요?
매일 11:00~20:00예요. 20시 이후에는 하지 않아요.
주차할 곳이 있어요?
공원 자체 주차장은 없어요. 대중교통을 이용하세요.
길을 물어볼 곳이 있어요?
홍대입구~연남동 구간은 연남초소(연남파출소 앞)에 문의하면 되고, 초소에 리플릿이 있어요.
Recap — 출발 전 30초
- 홍대입구역 3번 출구, 키 큰 소나무에서 시작.
- 먹을 것은 들어가기 전에. 음식물 반입·음주·야영·불 금지, 쓰레기는 되가져가기.
- 은행나무 흙길 약 1km → 지하수로 흐르는 물길 → 남겨 둔 옛 철길.
- 버스킹 11:00~20:00, 작은 볼륨.
- 주차장 없음. 궁금하면 연남초소(연남파출소 앞) 리플릿.
참고 자료
- 서울시 공원 안내 — 경의선숲길6.3km 선형 공원·조성 연혁 · 연남동 쪽 잔디마당·은행나무길·세교천 재현 물길·철길 · 이용 규칙(음식물 반입 금지·야영·취사·음주·흡연·반려동물 자제) · 버스킹 11:00~20:00 · 주차장 없음 · 연남초소 리플릿확인 2026-10-22
- 서울시 — 연남동·염리동·새창고개 경의선숲길 공원 개방3번 출구 앞 키 큰 소나무가 구간 시작 · 은행나무와 잔디밭 · 공항철도 지하수로 만든 실개천확인 2026-10-22
- 서울시 — 경의선 폐철길 2㎞ 숲길로 변신약 1km 은행나무 사이 흙길 · 크고 작은 잔디마당확인 2026-10-22
- 서울시 미디어허브 — 서울 속 기찻길 산책, 경의선 숲길2005년 지하화 시작 · 연남동 구간 「연트럴파크」확인 2026-10-22
- 서울시 미디어허브 — 폐철로에서 시민의 숲길로(2026)약 1.3km 연남동 구간 · 남겨 둔 철길 · 주말 오후 혼잡확인 2026-10-22
AI 캐릭터와 함께 걷는 서울 이야기예요. 장소 정보는 공개 자료로 확인했고, 사진은 AI로 만든 연출 이미지예요. AI 활용 안내


